태고종 중앙포교원장 대은스님

자장율사는 만년에 벼슬에서 물러나 강릉에 수다사(水多寺)를 짓고 머물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꿈에 중국의 청량산에서 만난 한 스님이 나타나 이르기를 “내일 그대를 대송정에서 만나리라”라고 하였습니다. 이에 율사는 송정에 이르러 문수보살이 와 있음을 감응하고 법요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스님은 “태백산 갈반지에서 다시 만나자”고 하였습니다. 율사는 이에 태백산으로 가서 갈반지를 찾아 헤맸습니다. 그러나 정확히 어디인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산을 헤매다 보니 나무 밑에 큰 구렁이가 서리어 있는데, 그 모양이 마치 칡이 얽혀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율사는 함께 있던 시자에게 말했습니다.
“이곳이 이른바 갈반지구나”
율사는 그곳에 석남원을 짓고 문수대성이 내려오시기를 학수고대하며 기다렸습니다. 이때 어떤 늙은 거사가 남루한 방포를 입고 칡으로 만든 삼태기에 죽은 강아지를 담고 와 시자에게 말했습니다.

“자장을 보려고 왔다”
이에 시자는 “내가 좌우에서 시종한 후로 우리 스승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자를 아직 보지 못했거늘, 어떤 사람이기에 그런 미친 말을 하는가?”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거사는 “다만 너의 스승에게 전하기만 해라”고 일렀습니다. 시자가 들어가 스승에게 그대로 아뢰니 자장스님도 이를 깨닫지 못하고 말했습니다.
“아마 미친 사람이겠지?”

이에 시종은 가서 꾸짖어 내쫓으니 거사가 말했습니다.
“돌아가리, 돌아가리, 아상을 지닌 자가 어찌 나를 알아보리”
그리고 삼태기를 거꾸로 치니 강아지가 사자보좌로 변했고 빛을 내며 사라졌습니다.

자장스님은 이 말을 듣고 그제야 위의를 갖추고 빛을 찾아 빨리 남쪽 고개로 올라갔으나 따라가지 못하고, 드디어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자장율사의 이야기는 위대한 선각자도 순간의 착오를 일으킬 수 있음을 알려 줍니다. 그만큼 인간의 에고이즘은 뿌리가 깊어 아무리 수행이 깊다하더라도 순간 마음을 놓게 되면 어긋나기 쉽습니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과 관련해서도 저는 인간의 뿌리 깊은 아상을 목격합니다. 만인지하 일인지상의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자신을 그 자리로 추켜세운 건 국민들의 뜻임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예전 한 표가 아쉬워 자신을 한없이 낮추던 겸손한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이는 비단 정치판의 현실만이 아닙니다. 우리 주변엔 얼마든지 이런 예를 찾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인간의 아만심은 나와 타인을 분리시킵니다. 불교에서는 나와 남이 둘이 아님을 알리는 불이법문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신심 깊은 불자라 할지라도, 심지어 수행자라 할지라도 자신의 아만심을 떨쳐내지 못해 주변인들과 많은 반목을 불러일으킵니다. 우리는 가슴 깊이 되새겨야 합니다. 아상은 결국 나 자신을 그리고 우리를, 우리 사회를 좀먹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다들 정진, 또 정진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