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영원암의 창건주인 영원조사는 본래 범어사의 주지인 명학스님의 상좌입니다. 하지만 스승인 명학스님은 승려이면서도 재산에 욕심이 많아 창고에 곡식을 가득 채워놓고도 더 많은 재산을 축적하기로 유명했습니다. 심지어 곡식이 썩을 정도로 많아도 베풀 줄을 몰랐죠.

영원스님은 할 수 없이 스님을 떠나 홀로 금강산의 영원골로 들어가 띠풀로 영원암을 짓고 수도에 정진했죠.
하루는 영원스님이 비몽사몽 중에 갑자기 시왕봉쪽에서 죄인을 다스린다는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알고보니 죄인은 스승인 명학스님이었습니다. 영원스님은 스승의 처지가 딱해 기다렸다가 모처럼 금강산을 떠나 범어사로 향했습니다.

영원스님은 범어사에 도착하자마자 한 그릇의 죽을 얻어 창고 앞에 놓고 스승의 혼이 나오기를 진정으로 염원했습니다. 그때 창고에서 커다란 구렁이 하나가 기어 나와 영원스님을 향해 “슬프도다, 스님이여! 헛된 것에 미혹되지 말았어야 할 것을…”하며 굵은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구렁이는 머리를 돌바닥에 부딪쳐서 죽었습니다.

제자인 영원스님은 스승이 윤회한 구렁이의 사체를 수습하고 그 혼을 한 이웃집에 맡기고 당부하기를,
“이 집에서 열 달이 지나면 반드시 귀동자를 낳을 것이니 잘 키우도록 하시오. 단, 아이가 아홉 살이 되면 중이 될 팔자이므로 그땐 내가 데려갈 것이오”라고 말했습니다.
과히 10개월이 되니 그 집에선 옥동자가 출생했는데, 얼굴이 단정했습니다. 아이가 이윽고 아홉 살이 되자 영원스님은 아이를 데리고 금강산으로 다시 향했습니다.

영원조사는 아이에게 창구멍을 통해 매일매일 바깥의 소를 돌보는 일을 맡겼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자 아이가 문득 전생의 일을 깨닫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조사의 스승이었고, 조사는 나의 상좌였소.”

그 이후로 명학스님의 후신인 이 스님은 영원스님의 지도하에 불도를 크게 통달하게 됐으며, 불호를 ‘후원(後圓)조사’라 했습니다.
이 짤막하지만 인상적인 설화는 우리에게 인과응보라는 간단한 진리를 되새기게 만듭니다. 현생에 악업을 많이 쌓은 이들은 그 인과를 반드시 어떠한 형태로든 받게 마련입니다. 구렁이가 된 스님이란 비유는 여러모로 그래서 상징적이죠.

요즘 미 광우병 수입과 관련해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이 애초 어떤 경로로 진행됐으며, 누구의 잘못인지는 승려된 입장으로써 자세히 모릅니다. 하지만 문제는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이런 중차대한 결정을 몇몇 권력층들이 국민들의 상의도 구하지 않고 경솔하게 일을 처리해 대정부 신임도를 땅바닥에 떨어뜨리게 만든 것 자체에 있습니다. 정부의 고위 관리자들은 이번 국민들의 분노를 보며 크게 반성하고 뉘우치는 바가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이런 일들을 겪고도 똑같은 우를 차제에 계속 반복한다면 국민들의 원성은 하늘에 닿을 것이며, 또한 그 인과는 분명 당사자들에게 돌아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