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부모에게 올리는 공양
동경 교외에 큰 저택을 가진 부자가 있어,
집에서 부리는 고용인만 해도 수십 명에
가정부가 6명이나 되었다.
그 가운데
18세의 스기라고 하는 신참자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말수가 별로 없이
착실하고 부지런하게 일만하는
처녀였습니다.
어느 날,
가정부 하나가
물통에 밑이 빠진 것도 모르고 물을 붓다가
부엌바닥이 온통 물바다가 되었습니다.
(수도가 없던 시절)
물을 분 가정부는
[누가 통의 밑을 빼놓았느냐?]
큰 소리로 펄펄뛰나
누구하나 나서는 자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스기가
[제가 잘못하여 망가뜨렸습니다.]
하면서 잘 못을 빌자
최고 고참에게
눈이 빙빙 돌 정도로 혼 줄을 맞았습니다.
그러고 또 어떤 날
응접실에 있는 커피 잔을
누군가가 청소하다 깨트리곤
접착제로 살며시 부쳐 놓았습니다.
그 사정을 모르는 주인마님이 손님을 접대하다
뜨거운 커피에 그릇이 갈라지는 바람에
손님 앞에 큰 망신을 했습니다.
마님은 화가 나서 최고 고참을 불러
[조사해서 범인을 데려와라-!]
엄명을 내렸습니다.
최고 고참은
하나하나를 신문하듯 조사했지만
누구나
[모릅니다.]
[그런 일 없는데요.]
하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러자 스기가
[제가 깨트렸습니다.]
하고 용서를 빌자
최고책임자는 그것을 마님에게 보고하고
마님이 스기를 불러서 야단을 친 것은
이루 말 할 수 없습니다.
또 얼마가 지나서
마님이 차단스로부터 무엇을 찾는데
신문지에 둘둘 마른 것이 있어 펼쳐보니
귀중하게 여기던 남경도자기인
차단지가 깨져있는 것이 아닙니까.
마님은 가정부 전원을 불러
누가 깨는지 힐책했지만
누구하나 선뜩 나서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도 스기가
[제가 그랬습니다.]
하고 자백을 했습니다.
때때마다 일만 저지르는 스기에게
화가 치밀어 오른 마님은
드디어 집에서 나가라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최고고참의 간청에 의하여
그냥 무마되기는 했지만
그다음부터는 깨지는 물건에는
손을 대지 말라는 엄명이 떨어졌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얼마동안은 별 탈 없이 지내다가
8월명절인 오봉이 돌아오자
13일
이 날은 아침부터 불단을 장엄하기 위해서
집의 가보인 고구곡古九谷의 유명한 꽃병을 꺼나
불단에 올리고 꽃을 꽂았습니다.
이 집에는 6살 된 도령님이 있는데
집안에 들어온 잠자리를 쫓다가
불단 위패위에 앉은 잠자리를 잡으려고
손을 내밀다 꽃병이 넘어져 깨지고 말았습니다.
도령님은 누구도 보지 않을 것을 확인하곤
그대로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 깨진 꽃병을 본 마님이
펄펄뛰는 것은 당연합니다.
가정부 전원을 불러 모아
누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를 깨뜨렸는지
힐책하나 누구하나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자 최고고참이 일동을 향하여
[지금 마님이 말씀하시는 것과 같이
이 불단 방에 들어오는 것은 우리들 이외는 없다.
부탁하니 솔직히 나와 달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들 모두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 된다.
명절이라고 하는데 찜찜하게 지낼 수는 없잖아.]
눈물을 흘리며 간청합니다.
그러나 누구하나 대답이 없는 때
목구멍을 쥐어짜는 작은 소리로
[저입니다.]
하고 나온 것은 스기였습니다.
[이번에도 스기까-!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지금 당장 나가거라.]
스기는 드디어 해고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진범인인 도령님은
일단은 밖으로 나갔지만
마음이 찜찜하여 집으로 돌아와 보니
가정부 전원을 모아놓고 호령을 치자
스기가 죄를 뒤집어쓰는 것을 보고
순간으로는 안심이 되었지만
힘없이 방으로 돌아가 짐 보따리를 싸며
[갈 집도 없고 어찌해야 하나.]
하며 눈물을 흘리며 한탄하는 소리를 들은
도령님은
엄마의 곳으로 뛰어갔습니다.
[엄마-!
저 꽃병은 내가 깨뜨렸어.
그러니까 스기를 용서해 줘]
하고 애원하며
자초지종을 말했습니다.
자기 자식 말에 놀낸건 주인마님입니다.
재빨리 가정부들을 불단 방으로 소집했습니다.
당연하게 스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주인마님은 직접 스기의 방으로 가서
스기를 데려왔습니다.
그리고 모두 앞에서
[스기야 미안하다.
화병을 깬 것은 우리 집 애란다.
너를 해고한 것은 나의 큰 실수였다.
어떻게 용서해 주워라.
그리고 지금과 같이
우리 집에 그냥 있어 다고]
라고 진심으로 잘못했다고 사과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가정부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언젠가 남경도자기를 깬 것은 저였습니다.]
하고 실토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뿐인가 다른 또 하나가 나와서
[커피 잔을 깬 것은 저였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는
[물통 밑바닥을 빠뜨린 것은 저였습니다.]
하며 제각기 고백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자기가 잘못한 것은
자기가 책임 짓는 것인데
스기 너는 어찌해서 다른 사람이 저지른 잘못까지
몽땅 뒤집어쓰니?]
하고 물으니
스기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저는 어려서 양친을 잃고 형제도 없어
돌아갈 집도 없습니다.
가정부로서 마님의 집까지 흘러 들어왔습니다만
양친의 제사가 돌아와도 물 한 그릇
떠 올린 형편이 못됩니다.
그런데
언젠가 누구에게 들으니
어디에서나 사람은 실수를 하게 마련이고
그 실수를 대신 떠맡으면
그 실수 한 사람이 안심하게 되고
상대에게 안심하며 기쁨을 주는 대신
그 공덕으로
자기 부모에게 공양을 올리는 것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번에도 명절은 닦아오고
그렇다고 물 한 그릇 떠서 부모에게 올릴 형편은 못되고
마음이 찹찹한 터에
꽃병의 사건이 터지게 되었습니다.
모두를 안심시키고도 싶었고
우리 부모님에게도
명절 공양을 올리는 것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마침
주인 남편이
지나다 문밖에서 이 소리를 다 들었습니다.
스기의 말이 끝나자
슬그머니 들어와서는
[스기,
너의 말은 전부 들었다.
듣고 감격했다.
지금과 같은 세상에
참으로 보기 힘든 마음가짐이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대신 받아서
부처님에게 공양을 올리고
조상에 공양을 올린다는 것은,
듣자하니
너는 부모 형제도 없다하니
오늘부터는
우리 부부를 친 부모로 삼아라.
너는 오늘부터
우리 집 딸이다.]
라고
천애고아인 스기가
일약 대갓집의 양녀가 되었습니다.
조상에게 올린 진정한 공양이
참으로 영험을 내리신 것입니다.
